2011년 1월 25일 화요일

정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폭력이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발화는 이항대립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건 정상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즉,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비정상이야 라고 이야기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예가 이런 것이다. 오늘 쓰레기를 줍다니 너는 참 착하구나. 그렇다면 쓰레기를 줍지 않은 학생은?

= 수학적으로 명제의 역은 참이 아니라고 주장할 일이 아니다. 수학의 세계에서는 그러할지 모르지만
구조주의언어학자들이 주장한 바는 언어란 이렇게 생각되고 이해되는 문화적 산물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문제는 누가 무엇을 선이라고 규정하는가 혹은 악이라고 규정하는가의 문제이다.
= 구조주의가 20세기의 사고방식이라 해도 여전히 상당 부분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규칙이고 틀이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에서의 그 발언이 문제되는 것이다.

잘못했다 아니다 역시 이항대립이고 누가 왜 잘못했다 아니다를 결정하는가가 논의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래 소위 폴리티컬릭 커렉트, 하다 라는 입장에서 볼 때 이윤석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

문제되는 발언은 오히려 지금 자주 언급안되고 있지만 여자랑 결혼해서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여자랑 결혼하지 못하는 사람은 멀쩡하게 살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지금이 동성애를 사회악으로 혹은 정신질환으로 규정하는 19세기 이전이라면 뭐 저런 사람들을 비난하는 생각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여 사회악도 정신질환도 아니라는 담론적 투쟁을 간신히 얻어낸 사람들에게는 청천병력같은 선언이다. 너희들은 멀쩡한게 아니라는 말은.


그 상담의 내용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중고교 시절의 동성에 대한 애매하고 달콤한 애정을 경험하고 있다. <여고괴담>이 한국 버전이었다면 <회색노트>는 유럽의 보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비극적인 울림으로 감추어진 관계에 대한 논의들이다. 하지만 그 상담의 내용대로, <회색노트>의 주인공들은 서로 자라서 멀쩡하게 여자와 결혼을 한다! 그렇다. 그러한 현상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말은 권력을 갖고. 하나를 멀쩡하다고 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을 멀쩡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표현은 본의아니게 멀쩡하지 않다고 규정해버리는 힘을 가졌을 것이고

그 힘을 휘두른 데에 대해서 사과해야 하는 것이다.



+ 얼마전 한 티슈 포장지가 엄마, 사랑해요 였다. 아 감동적이다. 그러나 이건 또한 폭력적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에게 엄마가 있지 않다. 이미 한국은 한부모 가족이 상당수준으로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혼이건 사별이건 뭐가 되었건,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는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엄마가 있어야만 멀쩡한 것이 아니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현실이 분명히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식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엄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빠를 혹은 할머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아야 한다.
그게, 어느 누군가를 본의 아니게 멀쩡하지 않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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